당신, 연극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글을 쓰는 필자는 연극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본 연극이란 대학로에서 유명한 ‘빨래’ 와 ‘옥탑방 고양이’ 이 두 작품이다. 

중고등학교 때 봤는데 아직도 배우를 바꾸어 상영하고 있더라. 

 

 오늘 소개할 연극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다. 이는 2009년 출간 후 세계 35개국에서 천만 부 이상 판매된 동명의 스웨덴 소설을 원안으로, 지이선 작가와 김태형 연출을 비롯한 국내 창작진을 통해 재탄생된 창작연극이다. 

 

 

 해당 연극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은 100세 생일에 잠옷 차림으로 양로원을 탈출한 ‘알란’이 우연히 갱단의 돈 가방을 훔치면서 펼쳐지는 황당한 에피소드와 과거 100년 동안 의도치 않게 근현대사의 격변에 휘말리며 겪어 온 스펙타클한 모험이 교차되는 내용이다. 현재로부터 한 달간의 이야기와 과거에 만난 사람에서부터 동물까지 그가 겪어온 인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프랑스, 북한 등 100년 동안 알란이 거쳐 간 나라들을 각국의 건배사와 전통 춤을 통해 설명하고, 여기에 미국 트루먼과 존슨 대통령, 중국의 마오쩌둥,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 북한의 김일성까지 만나는 그야말로 글로벌하게 스펙터클한 그의 인생을 다양한 연극적 약속을 통해 설명하며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특이한 점은 수많은 배역을 단 5명이 소화해낸다는 것이다. 

‘캐릭터 저글링’을 통해 

 

1. 캐릭터 저글링 

 

 말그대로 캐릭터를 저글링 한다는 것이다. 저글링은 서커스에서 볼 수 있듯이 공 여러 개를 동시에, 그리고 번갈아서 주고받으며 돌리는 행위이다. 이처럼 한 명의 배우가 평균 12역을 소화하면서 극은 진행된다. 상상이 되는가? 

 

 솔직히 필자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한 연극에서 조연이 2-3역을 소화하는 것은 봤지만 10개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참 흥미롭다.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역을 바꾸는 동안 흐름이 끊기지는 않을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시스템이다. 물론 역할이 바뀌었음을 ‘이름표’를 통해 나타낸다.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다른 사람 이름표를 가져간다 해서 그 사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연극이 진행되는지 참으로 기대된다. 

 

 

2. 젠더 프리 캐스팅

 

 100년의 세월을 나타내야 하는 작품이기에 다양한 시간대의 ‘알란’ 이 등장한다. 여기서 또 하나 해당 연극의 진가가 나타난다. 바로 ‘젠더 프리 캐스팅’ 우리 무의식 속에 알란은 ‘남성’ 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제목에서 나와 있듯이 성별을 떠나 ‘노인’ 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노인이 남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 배우가 연기한다. 100년의 세월이 있기에 시간에 알란 1,2,3,4로 역할이 나뉜다. 그렇기에 연기하는 배우의 성별로 노인을 바라보지 말고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로서, 그저 창문을 넘어 도망친 ‘노인’ 만을 바라보자. 

 

 

3. 100년, 그 안에 담긴 삶은 어떠할까 

 

 21세기는 100세 시대라고 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의 평균수명도 증가했다. 그렇지만 100년의 세월은 아득하기만 하다. 필자도 이제 막 20여 년을 살았기 때문이다. 20년의 세월도 그렇게나 길게 느껴졌는데 앞으로 80년은 어떻게 또 살아가나 싶다. 

 

 극에 나오는 노인도 그러하였을 것이다. 태어나서 가정 안에서 성장해 꿈을 가지고 학교에 가고, 사회에 진출해 온갖 일을 겪으며 살아왔을 것이다. 누구보다 자랑스러웠을 100번째 생일, 그는 도망쳐버렸다. 생일파티를 눈앞에 두고. 100세라는 것은 티비에 나올법한 경사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는 일상을 벗어나고 비일상을 찾아나섰다. 

 

 

‘목표지향적인 20세기를 거쳐온 알란이 21세기에 들어와 소수자, 약자와 연대하고 술, 친구, 이야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여전히 유쾌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올 연말,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할 것이다. ’

 

SYNOPSIS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예측불허 모험담!

 

 

100번째 생일,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로원 창문을 넘은 노인, 알란! 

남다른 배짱과 폭탄 제조 기술로 20세기 역사를 뒤바꿔놓은 그가 

이번엔 갱단의 돈가방을 훔쳤다. 

시한폭탄 같은 그의 여정에 알란 만큼이나 황당한 무리들이 합류하고 

이제 경찰까지 그들을 뒤쫓는데…

 

스페인, 미국, 중국, 이란, 러시아, 그리고 북한까지, 

세계를 종횡무진한 100년의 모험! 

 

본의 아니게, 지난 20세기 역사적 사건을 좌지우지했던 ‘알란’. 

 

시한폭탄보다 위험하지만 언제나 유머와 침착함을 잃지 않는

 100세 노인의 예측불허 모험담이 펼쳐진다.

 

 

 

원문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4998

저자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며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화가. 1860년에 태어난 그녀는 12세부터 15년 정도를 가정부 일을 하다가 남편을 만난 후 버지니아에서 농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뉴욕, 이글 브리지에 정착해 열 명의 자녀를 출산했지만 다섯 명이 죽고 다섯 명만 살아남았다. 관절염으로 자수를 놓기 어려워지자 바늘을 놓고 붓을 들었다.

 

그때 그녀의 나이 76세. 한 번도 배운 적 없이 늦은 나이에 시작한 그녀만의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그림들은 어느 수집가의 눈에 띄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3세에는 《타임》 지 표지를 장식했으며, 그녀의 100번째 생일은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지정되었다. 이후 존 F.케네디 대통령은 그녀를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로 칭했다. 76세부터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할머니에 대한 소개이다.

 

 

 

 

 

1. 이야기로 전하는 그림


 

이 책에는 276점의 그림이 삽화로 들어가 있다. 하나같이 따듯하고 정겨우며 그녀의 인생이 담겨있었다.

 

일단 나는 그림을 잘 모른다. 내로라하는 그림을 평론가들이, 그리고 독자들이 손뼉을 치며 감동할 때, 나는 그 행동에 공감할 수 없다. 그림이 싫은 것이 아니다. 어릴 적 미술학원에 다니며 그림을 그린 기억도 있고, 어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도 몇 번 타봤다.

 

그리고 지금은 감성이 담긴 일러스트를 굉장히 좋아한다. 평소 일러스트페어를 챙겨 다녀왔을 정도로. 그럼에도 커다란 액자에 걸린 그림을 보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내용을 전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의 그림은 하나하나 스토리가 담겨있다. 그리고 에세이와 잘 어우러져 있다. 읽기 쉬운 텍스트와 거기에 담긴 깊은 감성은 그림을 더욱 이해하기 쉽게 유도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물론 전시 그림에도 스토리는 짧게 적어둔다. 그렇지만 ‘책’이라는 매체의 주를 이루는 문장과 문장 속에서 그녀의 그림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공감을 만들어냈다.

 

 

 

2.  그녀의 인생, 그리고 나의 인생


 

 

 

1860년 농가에서 태어난 그녀, 아니 사실 농가에서 태어나든 도시에서 태어나든 19세기 후반은 21세기를 이제 막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런 시대를 살아왔기에 그녀만의 따스한 감성이 묻어난 그림과 글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이와 평생을 함께하고 가족을 이루며 살아갔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하나둘 떠나보내며 그녀의 인생 또한 영글어갔다.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여러모로 지금보다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더 즐겼고, 행복해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참 와 닿는. 표현이다 과도한 경쟁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어떤 삶은 살아가고 있을까. 오롯이 ‘나’로 존재하기보다는 사회의 ‘일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전보다 확실히 풍족해지고 쾌적해진 삶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여전히 저 멀리를 바라본다.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 딱 좋은 딱 좋은 때 말이에요.”

 

난 지금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내 전공은 나와 맞지 않아 복수전공을 시도했고, 4년 이내에 졸업해야 하는 내 상황에서 이미 늦은 때였다. 그렇게 전공에서 한 걸음 더 멀어졌다. 안 그래도 멀리하던 전공인데 더 마음이 떠나버렸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교내문화경연을 발견했고, 취미로 조금씩 쓰던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평소 한 두 장에 불과했던 분량은 10장 분량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고 생각보다 많이, 굉장히 많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국문과와 신방과 사이에서 컴퓨터 전공인 나는, 그들에 비해 정말 늦었다는 회의에 빠졌고 그렇게 글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내 글이 인정받고 만 것이다.

 

정말 늦었다 생각했다. 체계적으로 글을 배운 친구들이 비해 내 문장은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험을 기반 삼아, 인정을 기반 삼아 천천히 기본기부터 다지기 시작했다.

 

시작하기 딱 좋을 때다.

 

21세기는 방대한 매체의 시대이다. 무엇이든 배우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무언가 머뭇거린다면,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너무나 풍족하고 너무나 외로운 시대이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떠올려보자.

 

결국 삶은 우리 스스로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

 

 

지은이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옮긴이 : 류승경

 

출판사 : 수오서재

 

분야

에세이

 

규격

165*210*16.7 / 무선

 

쪽 수 : 288쪽

 

발행일

2017년 12월 16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87498-18-6 (03840)

 

 


 

 

 

 

원문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4852

 


무라카미 하루키 탐독하기 3번째네요

애프터 다크입니다. 

전에 발매한 '어둠의 저편' 을 개정해서 나온 책인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뒤통수 한 대 맞는 느낌과 함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하루키 특유의 묘사와 문장은 역시나 책 읽기를 수월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레 뒷 이야기를 생각하고 각 문장이 왜 쓰였는지를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전체적인 배경은 자정에서 동이 틀 때 까지이다.

주인공은 '마리'와 '에리' 자매. 에리는 어려서부터 미인이었기에 잡지 모델을 했었지만 마리는 별다른 특징 없이 언니인 메리에게 비교당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마리가 심야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과거에 만난 남자 '다카하시'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다카하시는 귀찮아 하는 마리에게 끈질기게 말을 건네고 가까워지는 데 성공한다. 이 과정이 책의 전체적 내용이다.

반면에 언니 '에리'는 원인 모를 잠에 빠져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잠조차도 본인이 직접, 본인 의사로 선언한 잠이었기에 의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여기서 재미있는건 에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우리' 라는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마치 카메라로 보는 것처럼 제3자 입장에서 관찰만 한다. 에리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을 제3자의 입장으로 지켜본다는 것이다.  마리와 다카하시의 관계 중간중간 에리의 방이 비춰진다. 처음에는 공허하고 무의미했던 것이 마리의 생각과 감정이 고조되면서 에리 또한 무언가로 채워지며 직접적인 감정을 느껴간다.

사실 책 소개에는 주인공이 '마리와 에리 자매' 였는데 읽다보면 에리는 그저 내면의 모습, 혹은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장치로 느껴졌다. 이야기는 마리 중심으로 진행되고 다카하시가 마리를 변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로 주인공은 마리와 다카하시가가 더 적절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에리의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신기하게도 책의 마지막장까지 에리가 눈을 뜨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에리의 입술이 조금씩 떨리며 새로운 '태동'이 시작될것이라는 암시만 해준다. 

아마 하루키가 유도한 것은 독자가 많은 생각을 하도록 유도한듯한다. 


필자도 '애프터 다크' 를 읽으면서 꾸준히 의문이 들었다. 읽다보면 의문이 해결될 것이라 믿고 책장을 넘겼지만 그 뒤에 남는 것은 찝찝하게 해결된 의문들이었다. 

'마리'의 변화는 정말 응원하며 손쉽게 읽혔다.

'다카하시'의 과거와 마리를 변화시키는 과정, 그리고 드 외 인물들이 마리에게 주는 영향이나 본인들의 경험 등이 잘 전달되었다. 

하지만 끝까지 '에리'의 변화를 모르겠다. 에리가 비극적인 상황에서 긍정의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느껴졌지만 어딘가 부족한 그런 결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 더 읽어봐야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책 자체는 앉은 자리에서 1시간 남짓하게 다 읽어버릴만큼 흥미로웠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어딘가 퍼즐이 하나 남은 , 약간의 찝찝함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 기분을 떨쳐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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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 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제목을 보고 '이게 대체 무슨 책이야?' 라는 호기심과 함께 내용이 매우 궁금해졌다. 책 앞에는 미생에 나왔다는 책이라고 띠지를 붙여놨는데 사실 미생을 보지 않아서 끌리지는 않았다.(이제서야 미생을 보는 중인데 멈출 수가 없다...) 그렇지만 모든걸 앞도하는 제목 덕분에 책을 사들었다.


 책을 살 당시의 나는 매우 힘들어 하는 상태였다. 19년을 수동적인 인생을 살다가 지금에서야 세상에 떨궈져 모두가 능동적인 나를 기대하고 있었다. 세상 경험을 하신 분들께서 이 문장을 보신다면 웃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낯선 일상과 마주하는 매일이 힘들어지는 때였다. 더군다나 나의 꿈을 위해서 동기들과는 다른 생활 패턴을 유지했었다. 동기들이 놀러갈 때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고 수업이 끝나고서는 얼른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꿈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할까? 하는 회의감에 빠졌었다. 나도 놀고 싶었고 남들처럼 밤늦도록 돌아다니고 싶었다. 이러한 감정속에서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갔다. 


 일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단순한 회피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걸 해야하긴 하는데 하기 싫고, 그렇다고 던질 일이 아니었기에 꾸역꾸역 하고.. 자연스레 성과가 나오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다 자기합리화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노력을 무시하는 발언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것, 그 하나만으로 내 자신을 채찍질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 책의 작가이자 주인공 '아마리' 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고 또 실망하여 자존감은 바닥을 뚫고 나간 상태이다. 결국 목숨을 끊기로 결정하고 인생 최후의 날을 어떻게 보낼지 설계한다. 최종목표는 라스베이거스. 아마리는 마지막 날을 위해 생전 해보지도, 하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 의외의 장소에서 아마리의 삶은 변하기 시작한다.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가며 자신의 몸에 변화가 생기고 호스티스 클럽의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는 아마리였다.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을 마주하며 드디어 최후의 날. 아마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사실 줄거리 쓰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도 이렇게 남겨두고 기억하고 싶은 좋은 이야기였다. 책 중간중간 색칠되어 있는 글귀들이 있다.


-세상은 널 돌봐줄 의무가 없다. 그리고 너에겐 어떤 일이든 생길 수 있다. -34p

-하지만 난 도저히 꿈을 포기할 수 가 없어, 하고 싶은 걸 못하면 죽을 떄 엄청 후회하게 될 거야. -144p


이러한 글귀을이 하나하나 내 마음속에 쌓아가고 공감하며 기쁨을 얻어갔다. 

달려가는 도중 생긴 응어리들이 조금씩 사그러드는 느낌을 받았다. 

할 일을 마무리 해도 남아있던 찜찜함을 날려버렸다. 

원인은 내 마인드에 있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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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의 미국은 흑인이 차별받는 시대였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때에는 흑인은 백인과 전혀 다른 인격이었고 심지어 화장실까지 따로 쓰는 풍경까지 보였다. 영화의 배경 역시 1960년대이다. 흑인차별이 한창일 때의 시기 말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스키터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넓은 세상으로 나가 글을 쓰고 싶어한다. 결국 지역신문사에 취직하게 되고 칼럼의 대필을 맡게된다. 이런 일을 하고있는 스키터이지만 어릴 적 친구들은 모두 부잣집에 시집을 갔고 가정부까지도 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키터는 친구들의 가정부가 차별받는 모습을 목격하고 이들을 모아 폭로하는 책을 만들고 흑인인권개선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지구에는 크게 흑인,백인,황인으로 나뉘어지는 세 가지 피부색이 있다. 하지만 세 인종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차별이 생겨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서양문명이 세계를 개척하며 식민지를 만들 때 피식민지의 주요 인종인 흑인들은 영문도 모른 체 끌려가 노예생활을 하게 된다. 평화롭게 살고 있던 땅에 처음 보는 백인들이 들이닥쳐 빼앗고 침략하는 행위를 흑인들은 뾰족한 저항도 없이 서양으로 끌려가게된다. 그 안에서 노예와 가정부계층이 생기고 백인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백인들은 흑인을 짐승 이하로 취급하며 차별을 일삼는다.

이러한 차별이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차별이 남아있는 지역이 있다. 실제로 아직 영국에서는 흑인과 물을 같이 쓰면 더럽다는 인식이 남아있다. 단지 피부색이 검을 뿐인데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만약 근대의 주도권이 백인이 아닌 흑인에게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흑인의 피부색이 기준이 되며 오히려 하얀색을 가진 백인이 부당대우를 받았을 것이다. 위 경우를 보면 차별은 개개인의 인식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개미들의 사회에서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종의 생물이 나타났다. 이 생물은 개미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개미들은 자신과 다른 모습의 그를 따돌릴 것이다. 인간에게도 같은 상황이 적용된다. 백인들의 서구사회에서 흑인을 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새로운 땅을 개척했을 때 나타난 검은 피부의 그들은 백인들에게 익숙치않았음이 분명하다. 흑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상황에 서로는 폭력으로 대응했고 압도적인 무기성능의 차로 백인이 흑인을 압승하는 결과가 나왔으며 고스란히 신분의 밑바닥에 끼워 넣어 짐승처럼 부린 것이다. 만약 백인과 흑인이 호기심을 가지되, 적개심을 풀고 대화해보려는 태도와 인식을 가졌으면 현재의 차별도 과거의 차별도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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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1993)

감독: 리들리 스콧

 

이 영화의 제목은 '블레이드 러너', 마치 칼을 사용하며 모험하는 이야기인 듯하다.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모험을 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배경은 21세기의 지구이다. 국가가 붕괴되고 기업들만이 남아 세계가 하나가 되어있다. 언어는 다르지만 한데 모여 생활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의사소통한다. 자동차는 하늘을 날고 건물은 밀집되어 있다. 하늘은 우중충하며 비만 내릴 뿐이다. 인간은 복제인간을 만들어 지구 밖 우주로 보낸다. 그 곳에서 복제인간들은 일을 한다. 이들은 외견과 능력 면에서까지 인간을 닮았고 그 이상으로 뛰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4년이 지나면 죽는다. 인간을 위한 하나의 보험이기도 하다.

 

복제인간 중 가장 우수한 신형기체들은 이 사실에 불만을 품고 지구를 찾아온다. 이를 잡으러 출동하는 것이 바로 '블레이드 러너' 사냥꾼이다. 블레이드 러너인 데커드는 이들을 잡기 위해 수사를 벌인다. 하지만 복제인간들은 생각 이상으로 지능이 높아 여러 번의 고비 끝에 마지막 복제인간만을 남겨두고 있다. 마지막 복제인간인 로이는 데커드를 건물 난간까지 몰아넣었다. 데커드가 난간에 걸려 떨어지려는 순간 로이는 데커드의 손을 잡아 끌어올린다. 결국 로이는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time to die' 라는 말을 남기고 정지한다. 그 자세 그대로.

 

리들리 스콧은 20년 뒤에는 저런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상상하는 동시에 미래사회의 뒷면을 보여주고 있다. 과도한 과학의 성장은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윤리적인 부분은 물론 인간 본질에 대해서도 의심케 한다. 생명과학의 성장은 인간과 똑같은 복제인간을 만들어 냈고 더욱더 똑같은, 그 이상의 복제를 만드려 한다. 만들어진 이들은 지구를 떠나 혹독한 환경에서 일을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지 못한 채 일을 한다. 혹여 깨닫는다 해도 그 때는 이미 4년이 다 채워지는 순간이다. 마지막에 로이가 한 말인 '모든 순간들은 시간속에 사라지겠지... 빗물속의 내 눈물처럼. 이제는 가야할 시간이야' 이라는 말은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생명에 대해 많은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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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후기(약 스포주의)  (1)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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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여러 말들이 모여 말로써 마침표를 찍는다.'


개봉 전 부터 기대했다가 오늘 보고 왔다.

영화의 시작은 나루세의 과거, 말하기를 좋아하던 소녀의 모습이 스크린에 떠오른다. 우연히 목격한 아버지의 모습을 어머니께 신이 나서 이야기 하지만 어릴적 그녀는 그 모습이 불륜이란 것을 모르는 상태였다. 그로 인해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 나루세
말을 하지만 진실을 숨기는 타쿠미
해야할 말을 하지 못했던 나츠키
말에 가시를 품은 다이키

이 넷이 함께 활동하며 나루세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각색하여 ​발표한다. 이 과정은 줄타기를 하듯이 아슬아슬하게 진행됐지만 결국 성공하게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타마고, 달걀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나루세에게는 자신을 엄격하게 억누르고 있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가족이 무너지고 (사실 잘못이라고 하는것도 좀 그렇다) 자신을 탓하며 가두어 놓은 하나의 억제장치인 것이다.
타쿠미를 만나고 그 달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억누르던 마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불완전한 모습으로 달걀속의 자신이 부화하였다. 그동안의 억울함과 슬픔, 기쁨과 사랑 등의 감정이 마구 섞여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나와버렸다.
알을 깨고 나와 말을 할 수는 있지만 다시금 말의 공포에 사로잡히고 혼란스러워 한다.
그렇지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자신이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사실 내가 내용을 평할 수준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적어본다.

아, 노래가 좋구나. 하지만 2시간으로는 담아내기 힘들었는지 영화의 주제가 뭐였는지 잊게 되는 흐름이 종종 나타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엔딩의 흐름도 약간은 고개를 기울이게 만든다.
뮤지컬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신선했다. 다만 애매하게 작품에 녹아든 느낌은 없지않아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기에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뮤지컬 소재도 신선했고.
또한 다양한 각도로 다양한 교훈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록 내 시점은 이 정도지만 앞으로 나올 다른 후기들의 관점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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