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

처음에는 빙하가 먼저 떠올랐다. 그야 우리에겐 영어보다 한국어가 친숙하니까 당연한 결과이다.

책을 받고 살펴보니 해빙은 'HAVING'이라는 의미였다. have, 즉 가진다는 의미이다. 무엇을 가지라고 말하는 책일까 호기심이 생겼다.

책 장르가 또한 자기계발서이기 때문에 목표를 가져라.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비범했다.

 

일곱 살에 운명학에 입문해 동서양의 고전을 마스터하고 오랜 기간 한국의 경제계 리더들을 자문해온 저자 이서윤은 수만 건의 사례를 분석하고 성찰한 끝에 밝혀낸ᅠ'부와 행운의 비밀'을 이 책에 집대성했다.ᅠ자신의 감정을 활용해 쉽고 빠르게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이 책은, 자신을 괴롭히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ᅠ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쉽게 전달되는 Having의 가르침을 단계별로 따라가다 보면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삶의 변화를 일으키도록 돕는다.

 

마치 소설 인트로와 같은 설정이다. 일곱 살에 운명학에 입문한 천재가 지금 세계 주요 인사들을 움직이는 인물이 되어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찾아봤다.

 

실제로 화려한 경력이 있었고, 해외에서는 이미 선 출판되어 유명한 인물이 되어있었다.

 

 

1. Having

 

 책은 홍주연 기자가 이서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기자 생활을 하다 미국에서 MBA 학위를 수여, 이후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나 평소 절약하며 사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부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책의 내용은 요약하면 간단하다.

 

* 나에게 꼭 필요한 소비를 하자.

* 돈을 쓸 때의 행복함을 기억하자.

 

위 두 가지 항목을 지키면 자연히 돈은 따라오게 되어있다고 한다.

아등바등 절약하며 돈을 모으는 것이 부자가 되는 방법이 아니라니, 조금 의아했다. 오히려 돈을 쓰라고 권유하니 정말 이게 부자가 되는 방법이 맞나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생각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돈을 쓰는 마음가짐이었다.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최근에 유행하던 단어가 하나 있다. 'YOLO'.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자는 뜻의 약자이다. 과거 아끼며 살던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풍족해진 지금의 20·30세대는 노동으로 얻은 정당한 대가를 아끼는 데 쓰기보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곳에 사용하자는 마인드를 주장했다. 이는 시대상과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소비의 경계가 없는 인터넷 쇼핑으로, 오프라인 쇼핑으로 구현되기 이르렀다. 이렇게 원하는 만큼 소비할 때마다 행복을 느끼고 이를 토대로 다음 소비까지 열심히 살아가는 일종의 원동력은 YOLO의 긍정적인 면이 되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부정적인 면도 나타났다. '원하는 만큼' 소비를 해야 하지만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형태의 소비가 아니다.

 

해빙은 이 부분을 강조한다. 정말 갖고 싶어 고민하던 물건을 샀을 때, 두 가지 기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순수하게 행복을 느끼는 감정이다. 오랜 시간 고민하여 이것저것 따지다가 구매한 물건은 순수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가격은 생각나지 않고 이 물건을 샀음에 대한 기쁨 말이다. 두 번째는 찝찝함이다. 분명 사고 싶어서 샀을 텐데 묘하게 찝찝하다. '아 괜히 샀다.'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그 소비는 옳은 소비가 아니다.

 

 

2. 소비하고자 하는 주체는 '나'이다.

 

내가 내 돈으로 소비를 하는 것이지, 누구를 위해 소비하는 게 아니다. 내가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사는 게 뭐가 문제인가. 하지만 우리는 종종 '내가 원해서'라는 포인트를 망각한다. SNS는 세상 모든 사람의 행복을 모아놓은 곳이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사진 기반 플랫폼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자랑하는듯하면서 그렇지 않게, 풍경이나 음식을 찍어 올리지만 정작 사진의 포커스는 명품에 잡혀있고, 자랑하고자 하는 것에 잡혀있다. 우리는 그것을 보며 묵묵히 '좋아요'를 누르지만, 속으로는 부러움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고 있다. 이때 큰 결정을 한다. 나도 자랑하고 싶다. 자랑할 것이다. 그 순간 옳지 못한 소비에 사로잡히고 마는 것이다. 큰맘 먹고 소비를 했지만, 막상 자랑하고 보니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이다. 가방을 사도 맞춰 입을 옷이 없고, 가구를 사도 우리 집 인테리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게 후회를 하는 것이다.

 

소비의 주체는 '나'이다. 당연한 말이다.

왜냐? 소비하기 위해 그토록 고생한 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는 법은 단순하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벌어서 적재적소에 소비하는 것.

사실 무엇보다 명확한 사실인데, 사람인지라 쉽게 지켜지지 않는다.

해빙은 정말 명확하고 단순한 비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마음가짐을 바로 하고 올바른 소비를 하는 것. 물론 부자가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주식을 할 수도 있고, 부동산을 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에 전제되는 것이 바로 'Hav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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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아무것도 없을 때, 복이 찾아왔다. - 찬실이는 복도 많지

[Review] 아무것도 없을 때, 복이 찾아왔다. - 찬실이는 복도 많지문화예술은 '소통' 입니다 - ART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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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찬실이는 복도 많지

“아 망했다. 왜 그리 일만 하고 살았을꼬?”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마저 똑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찬실’.

 현생은 망했다 싶지만, 친한 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해 살길을 도모한다.

 그런데 ‘소피’의 불어 선생님 ‘영’이 누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장국영이라 우기는 비밀스러운 남자까지 등장!

 새로 이사한 집주인 할머니도 정이 넘쳐흐른다.

 평생 일복만 터져왔는데, 영화를 그만두니 전에 없던 ‘복’도 들어오는 걸까?

 

 

 

 

 영화에서 찬실은 이름 있는 감독 아래서 PD로 일하고 있었다. 새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제사를 지낸 후 동료들과 함께 축하하는 자리를 가진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비극이 벌어졌다. 감독님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안타깝게도 감독님은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렇게 영화는 시작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찬실은 모든 것을 잃고 달동네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거기서 스텝들과 함께 모여 새 출발을 다짐했다. 감독님이 없어도 우리가 있으니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당장 먹고살 돈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지, 배우이자 친한 동생인 소피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게 된다.

 

소피에게 불어를 가르치는 과외선생님 '김영'을 만나면서 찬실에게도 조금씩 봄이 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는 언제나 지속되지 않는다. 결국 김영과의 관계는 좋은 누나동생으로 남았다. 

 

 

  이에 더하여 감독과 찬실을 서포트해 주던 대표의 부름에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더 이상 찬실을 후원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동안 대표는 찬실을 보고 후원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감독만을 바라보고 후원했던 것이기에 감독이 이 세상에 없는 지금은 찬실팀에게 후원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감독님이 계셨기에 훌륭한 영화가 나온 거지, PD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기에 더 이상 찬실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술 더 떠 쓴소리를 내뱉었다. 

 

찬실은 PD로서 가지고 있던 자부심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일에 빠져 사느라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결혼은 물론이요 연애한 지 10년도 넘었다. 존경하고 따랐던 감독님은 이제 세상에 없다. 일이 없으니 돈도 없다. 찬실은 정말 영화를 계속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2. 장국영

 

할머니 집에는 굳게 닫혀 있는 방이 하나 있다. 찬실은 어느 날부턴가 그 방에서 속옷만 입은 남자가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한다. 그 정체는 '장국영'. 언젠가 김영과 술자리를 가졌을 때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장국영이라 소개한 적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남자는 찬실에게만 보이는 장국영이자 귀신이었던 것이다. 장국영은 찬실에게 꾸준히 조언하며 찬실이 진정한 자신을 찾도록 도와준다.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뭐에요'

 

평생을 바쳐온 영화를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장국영은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정말로 그만할 거냐고, 어느 때는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어느 때는 화를 내기도 한다. 그렇게 찬실은 자신에게 영화가 어떤 의미인지 고민한다.

 

 

찬실에게 나타난 장국영은 찬실에게 숨겨진 '내면의 나'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처럼 물건을 만질 수도 있고, 의외의 생활패턴도 가진다. 물론 찬실도 그를 만질 수 있다. 찬실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장국영'의 형태로 그녀 앞에 나타나 꾸준히 질문을 던진다. 나이 마흔 될 때까지 무엇을 했나. 대표의 말을 듣고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져버린 찬실에게는 그간의 세월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장국영은 포기하고 싶은 찬실과 그렇지 않은 찬실의 갈등을 나타낸다. 우스꽝스럽지만 순수하고 진실한 모습을 통해 찬실이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준다.

 

3. 찬실이는 '복'도 많지

 

그렇다면 영화 제목에 나와 있는 '복'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찬실이는 잘나가는 감독 아래에서 일만 하느라 자신을 챙기지 못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마흔이 되도록 결혼을 못 한 것. 그리고 연애조차 못 한 것이다. 또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법한 나이임에도 PD만 하느라 자기만의 작품이 없다. 사실 마흔이면 어느 업계든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야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감독의 빈자리에 휩쓸려 함께 밀려나고만 것이다.

 

찬실을 둘러싸고 있던 여러 요소가 사라지자 찬실은 오롯이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 기회를 복이라 하는 것이 아닐까.

 

 

 

 

출판  : [명사] 서적이나 회화 따위를 인쇄하여 세상에 내놓음.

 

내가 생각하는 출판의 이미지는 상당히 벽이 높다. 격이 높은 지식인들이 투고한 원고를 가지고 편집자들이 확인, 그리고 소통하여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아주 복잡한 과정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출판저널은 출판업계의 꽉 막힌 이미지 해탈을 위해 노력한다.

 

 

* 2020 연중 특별 기획

 - <출판이란 무엇인가, 서점의 미래, 도서관 이야기> 

세 파트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를 통해 책을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인 서점과 도서관에 관해 이야기하며 각 장소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풀어나간다.

 

1. 출판이란 무엇인가.

 

 '책읽는귀족'의 조선우 대표의 이야기를 담았다. 출판에 있어 본인의 철학을 확고히 드러내고 있다.

 

'철학에서는 어떤 주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항상 중심 개념에 대해 정의부터 내리고 시작해야 한다는 사고와 논리의 룰이 있다. 그게 철학의 시작이다. 그래야 다른 길로 새지 않고 그 대상에 관해 탐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출판하는 사람들에게도 '출판이란 무엇인가'라는 이 질문은 출발점이다.'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출판을 마주하기에 조 대표는 출판에 대해 초심을 잃지 않았다. 얼마나 많이 팔렸느냐보다 독자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쳤느냐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서점의 미래 - 번역가의 서점

 

 독립 서점의 형태는 최근 유행하는 서점의 형태이다. 교보문고처럼 오프라인 대형 서점의 형태를 띠는 것이 아닌 작은 개인이 운영하는 '공간'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 그 공간에서는 서점 주인이 직접 책을 선별하고 전시, 홍보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서점만이 가지는 장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번 호에 소개된 책방은 번역가가 직접 고른 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사장님이 번역 일을 오래 하신 분이고, 번역 작업을 겸하려고 카운터 겸 책상을 두셨다. 그만큼 본인 업무에 자부심을 느끼고 책을 누군가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열정이 있었기에 이런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실제로 손님들이 서점에 찾아오면 냉큼 달려가 책을 추천하기도 하며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렇게 끄덕이며 기뻐하는 손님을 볼 때면 서점을 차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신다고 한다.

 

 독립서점은 동네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책을 읽는 인구가 그리 많은 나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감성을 찾는 민족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골목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책방은 어느새 동네를 대표하는 서점이 되어있고 그 '공간'에서 동네 사람이 모이고 외지인이 모이는 일종의 만남의 장이 되었다. 내가 사는 도시만 해도 독립서점이 몇 군데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서점은 자칫하면 지나칠 만한 골목에 있음에도 사람들이 모여들고, 모임을 하며 자연스레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지금 시대에 서점 문화는 전처럼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는 뜻이다. 

 

 한때 인터넷 서점이 왕성하고,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며 동네서점이 무너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형서점을 찾는 인구보다 주인장이 직접 고른 책을 만나고, 새로운 분야를 접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그런 공간을 찾는 인구가 더 많아졌다. 출판의 형태가 출판사를 끼고 발행하는 방식에서 개인이 얼마든지 출판을 도전할 수 있는 독립출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지금, 출판은 더는 넘볼 수 없는 고귀한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출판이 가지는 의미는 유지하되, 다양한 책을 만날 기회가 확장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3. 도서관 이야기 - 바람숲그림책도서관

 

 흔히 도서관 하면 커다란 건물에 미로 같으면서도 정갈함이 공존하는 그런 도서관을 떠올린다. 이번에 소개하는 서점은 그림책과 자연, 그리고 휴식이 있는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이다. 해당 도서관은 모든 공간을 전면서가로 배치하여 책을 한 권한 권 펼쳐 놓아 책에 다가가기 쉽도록 설계하였다. 또한 새로운 그림책이나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수시로 교체하여 다양한 주제의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하여 이용자들을 불러모았다.

 

 이 도서관에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이다. 면 단위 소재 도서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도시보다는 자연과 가깝다. 실제로 자연에 둘러싸여 있으며 도서관은 이를 아낌 없이 이용하는 중이다. 마음에 드는 책을 집어 밖으로 나가 나무 사이에 걸려있는 해먹에 몸을 누인다. 맑은 하늘과 녹색 조명, 그리고 자연만이 선사하는 사운드를 즐기며 책에 조용히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책을 읽기 위해 오는 이용자도 있겠지만, 이 자연이 주는 '쉼'을 느끼기 위해 찾아오는 이용자도 있을 것이라 감히 추측해본다.

 

 추가로 바람숲그림도서관이 행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라오스 학교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이다. 2016년부터 라오스 학교에 도서관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불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 조명을 놓고, 교실을 책으로 채워 학생들이 맘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지금까지 네 학교는 도서관이 만들어졌다. 또한 라오스 친구들과 그림책 작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아이들을 위한 그림 교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이 이 도서관에서 이루어진다.

 

 

 출판, 서점, 도서관은 엄숙하고 근엄한 영역이 아니다. 얼마든지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며 얼마든지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렇지만 조선우 대표가 말했던 것처럼, 이 모든 활동의 기초에는 책을 다루는 '철학'이 존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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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너울 작가는 《대멸종》 앤솔로지 수록작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로 SF어워드 2019 중·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동시대 청년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SF적 상상력을 폭넓게 펼쳤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일상의 재현으로 공감을 자아내고 상상의 구현으로 쾌감을 선사하는 작가 특유의 미덕이 본 작품집 전반에 구현되어 있다.

 

 

라는 평을 받는 심너울 작가의 신작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은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 SF 소설집이다. 단편과 SF의 조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최상의 조합이다. 

 

 

1. 장르

 

나는 단편집을 굉장히 좋아한다. 기다리는 성격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연재물의 기다림은 고통과도 같다. 드라마는 일주일 뒤에, 영화는 1~2년 뒤에 다음 편이 나오는데 반해 책은 순전히 작가 역량에 달렸기 때문에 언제인지 모르는 다음을 기다리기란 너무나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단편을 접했는데, 하루에 가볍게 한 작품 두 작품 내가 원하는 대로 나눠 읽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길지 않아서 중간에 흐름을 억지로 끊을 필요도 없었고 그 당시 오랜 시간 책을 붙잡고 있을 시간이 없는 나에게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렇게 단편집의 매력에 빠졌다.

 

이전에 한창 '룬의 아이들' 시리즈에 빠진 적이 있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매혹적인 세계관과 그곳을 모험하는 인물들의 성장스토리는 10대 청소년의 마음을 흔들었다. 주인공들이 용과 요정이 사는 세계를 모험하며 마법과 검술을 사용해 고난을 해쳐나간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판타지에 대한 동경이 생기는 것이다.

 

                                            △전민희 작가의 장편 판타지, 룬의 아이들

 

이번 작품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단순히 용과 요정이 사는 판타지 세계를 그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대한민국에서 2020년 지금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서술했다.

<정적>에서는 일정 구간에서만 소리가 차단되는 설정이, 두 번째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에서는 하도 연착되고 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망령이 되어 떠돈다는 설정을,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에서는 평일을 무료하게 살아가다 금요일만을 기억하게 되는 설정을,  마지막 두 작품 <신화의 해방자>와  <최고의 가축>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며 '용'의 존재를 인정한다. 이렇게 각 작품은 21세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독특한 설정을 추가하여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하나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2. <최고의 가축>

 

한반도를 수호하는 용 이스켄데룬은 북미 대륙을 수호하는 용 아이발리크와 싸움을 벌인 끝에 왼쪽 날개에 큰 부상을 입는다. 이스켄데룬이 치유를 위해 관악산 깊은 곳에 숨어 산 지 430년이 지난 어느 날, 한국의 생명공학 기업 셀트린에서 파견된 직원 한 명이 용의 둥지에 방문한다. 그로부터 인간의 급격한 발전상을 전해 들은 용은 인간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의문을 품는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을 가축으로 삼아 식량과 보물을 얻고 인간을 보호해 왔기에, 이스켄데룬은 이전에 비해 큰 능력을 갖게 된 인간과 새로운 거래를 맺게 될 것임을 직감한다.

 

우선 용의 존재를 인정한다. 무릇 판타지라 함은 중세시대 배경을 가지며 용과 싸우는 인간이란 게 교과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용의 존재는 현대에 판타지를 대입하여 지금 세상에 용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두 용이 싸우면서 인간은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고 용이 잠들어 있는 긴 세월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430년이 지난 현대의 모습은 용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인간의 요구에 적당히 맞춰주며 지식을 쌓았다. 하지만 과거와는 다르게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용이 지식을 받아들이는 속도보다는 새로운 무언가가 창출되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렇게 용은 인간이 주는 혜택을 받으며 편안하게 현대의 정보를 받아들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용은 인간에게 경각심을 주기로 결심했다. 이전부터 인간은 용의 가축이었기 때문에 다시금 그 점을 깨닫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용이 거주하던 동굴을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세상에 용을 반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과거에도 자신을 두려워하고 신적인 존재로 모셨기 때문에 반기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두려움과 경외심이 아닌, 경계의 대상이며 제압하려는 존재로 대하고 있었다. 용은 포효했지만, 용의 일부로 발전을 이루어낸 인간은 이미 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어버렸다. 그렇게 용은 제압당하고, 다시 동굴로 돌아갔다.

 

 

2. 이제는 우리가 

 

 용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지금 우리 세대는 기술의 발전이 엄청나게 빠른 시대이다. 대한민국만 봐도 IT 강국으로 발전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어릴 적 그리던 순간이동, 우주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용적인 파트에서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 예시로 최근에 나온 '갤럭시 플립z'는 액정을 접을 수 있다는 혁신적인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LG에서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연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멀리 바라보면 인간의 기술이 이미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고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SF 영화의 대부분은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된다는 특이한 점이 있다. 그렇기에 이를 시사하는 장면은 일종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기계가 제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인공지능의 발달로 대부분의 영역에서 자동화가 완성된다. 그리고 인간은 편리함에 기대어 놀고먹고 자는 원초적인 생활을 지속한다. 그렇게 지성도 이성도 퇴화하고 인간은 인공지능의 노예가 된다.

 

이런 스토리가 정말 영화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일까? 

최고의 가축을 읽으며 용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언제까지 인간이 지구의 정점에 서 있을 수 있을까. 

과연 인간이 발견한 개념들은 지구의 몇 %를 차지할까. 그렇다면 우주는?

 

인간은 너무나도 하찮은 존재라는 것이 와닿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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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 근처 골목에 있는 작은 카페입니다. 

특이하게 3F 라는 이름에 맞게 건물 3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간판부터 세련됨

독특한게, 이 카페는 건축사무소도 겸하고 있습니다. 

본디 카페용도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3명의 건축가가 모여 사무소 겸 카페를 만든거지요. 

그래서그런가 인테리어 하나만큼은 믿고 갈 수 있습니다. 

메뉴판도 너무나 맘에 들어

핸드드립이 주 메뉴입니다.

가운데 커피바가 있어 커피 내리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본격 원두 체험코너

 

또 하나의 시그니처, 커피바

 

그리고 여기가 진짜 햇빛 맛집이거든요? 

날 좋을 때 얼른 여기로 가서 햇빛자리 선점하세요. 

그래야 합니다.

 

글보단 사진. 

가보세요

 

 

 

안녕하세요. 

인스타로 카페를 봤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루프탑이 굉장히 인상적인 곳인데요, 소양강변을 바라보게끔 의자가 놓여있는 것 뿐인데도

강변과 자연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냅니다. 

 

 

카페 옥산의 포토존. 노을질 때 맞춰 올라가면 아주 좋다!

 

메뉴는 여느 카페와 비슷하게 되어있는데, 시그니쳐 메뉴로 옥산라떼가 있어요. 

궁금해서 물어보니 아인슈페너 같은 느낌으로다가 위에 시나몬가루를 곁들인 메뉴래요.

개인적으로 시나몬을 굉장히 좋아해서 냉큼 시켜봤습니다. 

 

디저트도 다양하게 있다.

나름 구도를 잡아 찍어봤는데 좀 잘찍은듯 ㅋㅋㅋㅋㅋ 

메인 메뉴인 옥산라떼와 디저트는... 기억이 안 나네요

디저트도 독특

 

 

카페투어는 글보단 사진이죠. 

다녀오세요.

 

 

“권력은 인민에게! 황족은 궁 밖으로! 펑크로 세계정복이다!”

 

앰프에도 연결되지 않은 기타 독주를 가열하게 선보이는 고등학생 호랑. 공부도 입헌군주제의 모순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 혁명가와도 같은 연주에 그는 영혼을 쏟아붓는다. 열여덟 번째 생일, 호랑은 이 땅에서 뿌리 뽑고 싶은 ‘황족’이라는 신분이 본인을 가리킨다는 것을, 그것도 차기황제라는 커다란 그림자가 본인의 어깨 위로 드리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광된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사랑해야만 할 여러분들 앞에서 소리 높여 선언합니다!”

 

불량학생이지만 불량인간은 아닌 어린 혁명가 호랑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넘어,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앞에 두고 어떤 선언을 들려줄 것인가.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은 권력을 혐오하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권력 앞의 엄중한 책임감을 천진한 개성으로 부각한다.

 

 

 

만 18세, 나이와는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한 이호랑 그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행동을 하며 모두에게 이목을 끌고 다닌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밀고 나가는 성격 탓에 학교에서도 좋지 못한 시선을 받는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주변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추진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궁궐 복원 프로젝트 반대'이다. 종가구 궁궐 프로젝트로 인해 주민들이 종가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호랑은 어린 나이에도 앞뒤 살피지 않고 그들의 선두에 서서 목소리를 내었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뜻을 펼치며 친구 라라와 해민과 함께 '타이거릴리'를 결성하며 약자들의 편에 서서 싸웠다.

 

 호랑의 생일, 이제 정식으로 성인이 되는 중요한 날이 되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에 들어가 아빠와 함께 생일 축하를 했다. 그런데 오늘 아빠의 상태가 이상하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며 건네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너는 사실 이 나라의 공주야.'

 

호랑의 귀에 박힌 충격적인 말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호랑 덕에 보기 좋게 귀에서 튕겨 나갔다. 때마침 들리는 초인종 소리. 문을 열어보니 눈앞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황제였다.

 

 

 그 뒤로 호랑이 황족 수업을 들으며 궁에 적응해나간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팩션'이라는 장르를 가지는 독특한 책이다. 팩션(Faction)이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새로운 시나리오를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를 가리킨다. 주로 소설의 한 장르로 사용되었지만, 영화, 드라마, 연극, 게임, 만화 등으로도 확대되는 추세이며 문화계 전체에 큰 영 향을 미치고 있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무슨 이야기인지 스토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입헌군주제', '대한제국', 황족' 등 조선 시대에나 나올법한 단어들이 일상처럼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야기에 묘사되는 풍경이 과거를 그린 것 같지는 않고...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서 계속 읽어보았다. 추측하기로는 '대한민국'이 아닌 '대한제국'이 입헌군주제를 채택하여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설정이었다. 시위가 허가되는 세계인 걸 보아하니 민주주의도 어느 정도 잡혀있는 세계인 것 같았다. 이런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 '호랑'의 행보는 너무나도 독특했다. 일반 시민으로 살면서 약자들을 대표하는 시위 최전방에 있는 학생이 알고 보니 궁궐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황족의 제1계승자였다? 이건 정말 소설이기에 나올 수 있는 설정이었다. 너무나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또 하나 이 책의 재밌는 점은 등장인물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황제' 하면 떠오르는 성별은 남성이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제국은 조선을 계승했기 때문에 유교 사상이 굉장히 강한 국가일 것이다. 그런데도 현 황제는 물로 호랑의 어머니인 전 황제도 여성이며, 제1순위 황위 계승자 또한 여성이다. 이는 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누구나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호랑은 황족이 되어서도 황족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호랑에게는 공주라는 지위조차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성인이 되어 책임과 권리를 지니는 나이가 되었다 해도 호랑은 움츠러들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호랑답게 호랑처럼 행동한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6438

 

러시아 지방의 지주인 표도르 까라마조프는 평생 방탕하게 욕정을 쫓으며 살아온 호색한이다. 첫 번째 아내로부터 드미트리, 두 번째 아내로부터 이반과 알료샤를 얻었으나, 모두 내팽개치고 자기 아들로 추정되는 사생아 스메르쟈코프를 하인으로 부리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표도르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다.

 

표도르와 유산 문제로 다투다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공언하고 다닌 드미트리는 유력한 용의자로 수감되고,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이던 이반, 견습 수도 생인 알료샤, 하인 스메르쟈코프까지.

 

아버지를 향한 증오와 혐오가 있던 네 형제는 점점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1.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까라마조프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방탕하고 호색한 아버지가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법정에 선 첫째 드미트리는 아버지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드미트리는 외쳤다. 

'나는 악한 사람이다. 하지만 결코 살인자는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와 심증이 모두 드미트리를 향한다. 그렇게 그는 감옥에 수감된다.

 

 

드미트리는 굉장히 충동적이며 어쩌면 표도르를 가장 닮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여자를 사랑하며 술을 좋아한다. 언젠가 부하를 부하의 아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괴롭힌 적이 있을 정도로 그는 '악'에 가깝다. 항상 표도르를 죽이겠다고 말하고 다녔으며 그와 싸우는 일 역시 잦았다. 한번은 드미트리가 사랑하는 여자를 표도르가 빼앗아가려고 한 적이 있었다. 이런 전적이 있기에 더욱더 드미트리는 표도르를 원수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표도르가 의문의 살인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지목된 인물이 드미트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반은 지적이며 학문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표도르는 그런 이반을 조롱하며 그의 학구열 자체를 비난한다. 그런 아버지를 항상 죽이고 싶다 생각했다. 표도르가 어머니에게 못되게 굴었던 것을 어릴 적부터 보며 자랐기에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은 깊어져 갔다. 표도르가 살해당한 날 이반은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용의 선상에서 제외되었다.

 

 

 알료샤는 집을 떠나 수도원에 들어갔다. 까라마조프의 피가 흐른다면 언젠가는 스스로 타락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스스로 수도원으로 들어간 것이다. 거기서 신께 기도하며 까라마조프의 '악함'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런 그가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찾아왔을 때는 이미 형제는 뿔뿔이 흩어지고 난 뒤였다. 알료샤는 드미트리를 위로하며 형을 믿는다. 절대 당신은 그럴 사람이 아냐. 라고 말하면서도 그를 의심한다. 알료샤만은 자신이 결백하다는 주장을 믿어줄 것이라 믿었던 드미트리 조차 알료샤의 자신 없는 말을 듣고 희망을 놔버린다. 그나마 까라마조프 형제 중에 가장 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일찍이 집을 떠나 있었고, 범죄와 악함과는 거리가 먼 수도사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생아인 스메르쟈코프는 수시로 발작을 하며 '수증기'라는 이름에 맞게 존재감이 없는 인물이다. 표도르에게 충성을 다하며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주인님이라 부르며 그를 따른다. 또 한 명 따르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이반이다. 스메르쟈코프는 이반의 지적인 모습을 동경하며 종종 그가 알려주는 지식을 모두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든다. 생각보다 총명해 나중에는 이반이 알려준 지식을 외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생각으로 발전시키기까지 한다.

 

2.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 넷 중에 누가 표도르를 죽였을까.

 

뮤지컬은 이런 물음으로 시작한다. 각 인물이 표도르와 어떤 관계였는가를 통해 범인을 추측한다. 각자가 뚜렷한 개성이 있었기에 범인을 추측하는 과정은 너무나도 뻔하고 확실했다. 그렇다면 왜 극은 시작부터 범인을 드미트리로 추측하고 시작했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인물이 가진 스토리를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1차원적인 소개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서 '서로'로 관계가 확장되고 형제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된다. 그리고 물음은 바뀐다.

 

 이 넷 중에 표도르가 죽었을 경우 가장 이득을 보는 이가 누구인가.

 

이때부터 각 인물의 정서는 요동친다. 스스로가 떳떳하다 주장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의심한다. 서로가 숨기고 있던 카드를 한 장씩 꺼내고 보니 드미트리가 범인이 아니라는 결론만 나온다. 하지만 그런데도 뚜렷하게 누가 범인이라고 추측하지는 않는다.

 

 이 넷 중에 단 한 번이라도 표도르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 자가 누구인가.

 

각 인물은 자신을 마주하며 까라마조프의 피를 느낀다. 형제를 믿었지만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니 서로를 더욱 믿기 힘들어졌다. 인간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감정에 다가서며 '악'을 느낀다. 이반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알료샤는 신을 증거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신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내면을 직접 마주하며 가장 순수한 악을 드러낸다.

 

 그렇게 까라마조프 형제들은 표도르가 원하는 대로 가장 원초적인 '악'에 다가간다.

 

 

3. 무대는 혼돈으로

 

무대는 사형제가 존재하는 5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드미트리는 감옥에, 이반은 지적임을 과시하는 서재, 알료샤는 성스러움을 나타내는 십자가와 수도원, 스메르쟈코프는 사생아의 하인이라는 역할에 맞는 누추한 방. 그리고 가운데 표도르가 누워있는 평상. 각 인물은 자신과 어울리는 방에서 '이미지'를 고수한다. 그렇게 자신을 변호하고 정체성을 지키던 방은 극이 진행할수록 역할을 잃어간다. 인물과 관계없이 서로의 방에 들어가며 어지르고 뒤집는다. 처음에 정갈하고 깔끔했던 무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질러져 혼돈 그 자체가 된다. 인간이 학문을 만들고 이성을 만들며 '도덕'으로 틀을 만들어 놓았지만, 표도르만은 그 틀을 철저하게 깨부수는 인물이었다. 신을 믿으며 위선을 행하는 사람들, 소문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행위 등 도덕으로 보기 좋게 포장된 인간 본성을 표도르는 철저하게 깨부수며 죽음으로 사라진다.

 

 

인간의 악함에 관해 이야기하며 누가 어떤 '행위'를 했느냐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악한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에서 이미 인간은 죄악에 빠진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6361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까라마조프'가 굉장히 익숙하게 다가왔다.

 

분명 어디선가 들었는데…. 하고 찾아보니 원작 소설이 있었다. 그렇다. 고전 문학 파트에서 이름이 특이하기에 종종 봤던 기억이 났다.

 

 

책의 내용은 심오하다. 사실 행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닌 듯하다. 카라마조프 가의 가주인 표도르는 왕년의 사업가이며 이 지방의 지주이다. 책 내에서 이기주의와 탐욕의 집적체로, 평생 방탕하게 본능을 좇아 살아온 인물이다. 두 명의 여인에게서 세 아들을 얻었지만, 표도르는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훗날 아들들이 성장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첫째는 아버지와 재산 문제를 담판 지으러 왔다가 여자 문제까지 생겨 갈등이 더 심화하였다. 둘째는 집안에서 가장 교육을 잘 받은 인물로서,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 등 지식인의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사의 길을 걸으며 아버지와 형제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위 내용이 원작의 스토리이다. 뮤지컬 '브라더 카라마조프'의 스토리도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찌 됐든 간에 핵심 키워드는 '인간의 본성' 이다. 본성을 다루는 만큼 뮤지컬 자체가 얼마나 심오한지 알려준다.

 

'친부 살인'

 

 

상상이나 해본 적 있는가. 만약 지금 내 옆에서 아버지가 주무시고 계시는데 그를 내 손으로 직접 죽여야 한다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다. 그런 끔찍한 사건이 이들에게 일어나고, 이들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사랑과 증오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과 함께 선과 악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이기에 관객들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만약에

 

내가 형제들과 다툼으로 인해 친부를 살해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 손으로 소중한 이를 처리하고, 내 손에 엄청난 부귀영화와 권력이 쥐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은 평소 친하지도 않은 아버지가 병에 걸려 골골대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버지만 없다면 부와 명예는 나의 것이 될텐데.

 

 

 제목부터 시놉시스까지 지극히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인간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원작 소설을 연극으로 옮기고, 대사와 연출로 이루어진 연극을 넘어 음악이라는 요소를 추가해 더욱 더 풍성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진욱 작곡가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 르네상스 작법 중 하나인 가사의 의미를 음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가사 그리기’(tone painting)를 사용하였다. 가사의 의미에 따라 음 높이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이러한 순간들이 만드는 드라마는 이 공연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주도해나갈 것이다.

 

 다양한 배우가 대사와 행위로 연기하는 것은 물론 음악이 주는 감정선의 자극이 어떻게 표현될지 참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다. 

 

 

원문 링크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5892

 나에게 가족이란 항상 함께하며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언제나 가족은 함께'라는 말을 듣고 자랐으며 정말로 크고 작은 행사에 항상 가족과 함께했다. 입학식, 졸업식은 물론이요. 방학 중 가족여행 한 번은 꼭 갔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멘토처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이며 진지하게 상담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었다. 세상에 의지할 건 가족밖에 없다는 말을 들으며 화목하다 자부할 수 있는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이번 연극 '듀랑고'는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들들에게는 비밀이 있었고, 가족 관계를 지탱해 줬던 아내는 이제 없다. 부승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하고 싶은지 모른다. 집에 돌아온 부승 가족은 말없이 앉아 있다. 하지만 곧 아이삭과 지미는 부승을 위로하며 다시 가족의 일상을 회복하려 한다. 방황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끝내 흩어지지 않는 가족의 사랑이 드러난다.'

 

 극에 나오는 가족은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먼저 부승은 평생을 몸담아 온 회사에서 잘리게 되었다. 나름 일 잘하고 문제 일으키지 않는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성실한 직원이었지만 회사로서는 정리하기 쉬운 직원 중 하나였을 뿐이다.  첫째 아이삭은 의대를 목표하는 학생이다. 인터뷰 일정이 잡혀 하와이로 갔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인터뷰를 보지 않고 그냥 돌아왔다. 둘째 지미는 수영에 재능이 있는 친구였지만, 사실 그다지 수영을 좋아하지 않는다. 재능이 있지만 흥미는 그다지 없는 케이스.

 

 가족들은 서로에 대해 꼭꼭 숨기고 가족이라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족의 평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서로의 계획에는 가족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아버지는 아들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생각했고,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생각했다. 아이작은 어머니와의 추억을 가진 채로 아버지를 대한다. 하지만 그다지 좋은 추억이 아니었기에 아버지와 마찰이 잦았고, 그저 마찰을 피해 살아왔다. 그게 아버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사실은 기타연주를 좋아하며 밴드도 하고 있지만,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한다. 둘째 지미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렇기에 자신을 숨기며 이타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형과 아버지 사이를 조율하며, 아버지에게는 좋은 아들이 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지미는 갑자기 성 정체성에 혼란을 마주하게 된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극 내내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집에서 모텔로, 모텔에서 듀랑고까지 계속해서 차로 이동한다. 차에 타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들은 서로에 대한 갈등을 심화시킨다. 처음 집에서 출발할 때는 여행에 대해 부정적인 아이삭과 아버지의 갈등이 심화하고, 아버지는 내면에서 자책을 계속한다. 평생을 몸담아 온 회사에 소속감을 느꼈지만, 회사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자꾸만 상태는 좋지 않아졌고, 아들들에게 말하지도 못한 채 곪아간다

 모텔에 도착하고 나서 가족의 균열은 시작된다. 아버지 부승은 모텔 연못 앞에서 사색하며 어느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한다. 하지만 그 노인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정년퇴직. 그 노인은 전직 교사로서 정년퇴직하고 느긋하게 노후를 즐기고 있다. 반면 부승은 2년밖에 남지 않은 정년퇴직을 눈앞에서 놓쳐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숙소에서는 아이삭과 지미의 갈등이 시작되고 있었다. 지미가 잠시 나간 사이에 아이삭은 지미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스케치북을 펼쳐보았고, 지미가 숨기고 있던 사실을 알아버렸다. 그 장면을 지미가 발견하고 나서 애써 부인하지만 바로 태도를 바꿔 지미를 이해하고자 한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그리고 아이삭은 본인 이야기를 한다. 의대 인터뷰를 하러 갔지만, 사실은 가서 놀고 왔다고.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지만 잘 모르겠다면서 말이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며 형제 사이는 조금 더 가까워진다. 

묘한 견제와 함께

모텔을 나 듀랑고로 가는 길. 지미는 뒤에서 자고 있고 아이삭은 부승에게 조용히 말한다. 지미 수영하는 거 조금 쉬게 할 수 있냐고. 하지만 부승은 절대로 안 된다며, 지미는 수영을 좋아한다고 단정 짓는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일단 운만 띄워두고 듀랑고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상상 속의 낙원이 아닌 이미 떠나버려 잡을 수 없는 기차뿐이었다.  한 달이나 기다려야 하는 기차. 거기서 아이삭의 분노는 터져버린다. 지금 이 여행의 의미가 있냐고 부승을 몰아붙인다. 그렇게 가족은 처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불편한 결말

 

 

 항상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가족의 갈등이 소재로 나오면 이런 상황으로 흘러간다. 서로 꽁꽁 싸매고 있다. 극한의 순간에 터져 나오는 상황. 한시가 급한 때 서로에 대한 결점을 알아버리니 신뢰가 무너지고 갈등이 심화한다. 그럴수록 더욱더 깊은 속내를 꺼내고는 한다. 하지만 '듀랑고'는 극한의 상황까지 가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오히려 꺼내고 애매하게 끝이 나버린다. 통쾌하게 서로 울면서 끌어안고 화해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서로의 속내를 쏟아내고 거기서 끝이었다. 어떻게 서로의 갈등을 해결하는지, 뒤에 어떻게 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불친절한 연극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연극을 보고 나왔을 때는 상당히 불편했다. 마치 화장실 갔다 휴지를 안 들고 간 느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애매하게 끝나버린 그들의 이야기가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과연 어떻게 하면 되었을까. 그리고 다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하나 있었다.

이게 가족의 모습이구나.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받으며 가족은 함께 간다. 정말 연을 끊고 산다면 모르겠지만 한 집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가족 특성상 그들은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려 할 것이고, 선을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둥글게 서로 보듬고 품어가는 게 바로 가족이니까 말이다.

 

 

원문링크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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