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듀랑고를 보고 게임이 생각났다. 내가 알고 있는 듀랑고는 모바일게임 이름이 유일했으니까. 야생에서 생존하는 게임이었는데 넓은 대지와 절벽들로 둘러싸인 이미지였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니 미국 콜로라도 남쪽에 있는 도시란다. 미국을 가본 적이 없기에 미국의 듀랑고는 연상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 향유하게 될 연극은 재미교포 2세대 작가 <줄리아 조>의 작품이다. 작가는 한인 이민 가정의 방황과 결합을 보여주는 작가로서 2017년 한국에서는 '가지'로 처음 소개되었다. 재 공연까지 올리며 약 2,000명의 관객이 다녀갔고, 제5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들은 "음식을 소재로 아버지로 상징되는 한민족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의미를 지닌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다음 작품인 듀랑고는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공연이라 의미가 더 크다.

 

<상실의 건축(The Architecture of Loss, 2004)>, [BFE(2005)], 그리고 마지막 <듀랑고(Durango, 2006)>로 사막 3부작을 이룬다. 

 

“나는 항상 사막이 위험하면서도 아름답고 또한 매우 고립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왔다. 내 연극에는 메시지가 있다기보다 일종의 탐험이다. 하지만 확실히 고독이라는 주제가 있다. 사막은 그 고독을 반영한다. 애리조나에서 자란 것이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뉴욕 중앙일보, 2005.06.03.)

 

사막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서부영화에 나온 것처럼 먼지 뭉치가 돌아다니고 사방에 모래로 둘러싸여 있으며 낙타가 오아시스를 향해 걸어가는 장면이 보편적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막의 이미지는 낮엔 뜨겁고 건조하고 밤엔 춥고 위험한 곳이다. 그럼에도 고요함 속의 낭만이 있는 곳이다. 물론 아직 사막은 가본 적이 없으나 밤에 청량한 하늘에 수놓은 별을 보는 게 로망이다.

 

 

작가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이민자 2세대의 시선으로 다룬다. 특이한 점은 사회적 메세지, 사회적 이슈를 이야기하는 작품과 달리 정말 가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가족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보니 가족이 있는 것이다. 가족에는 여러 모습이 있다. 구성원이 어떻게 되느냐와 같은 형태의 개념이 아니다. 정말 친구처럼 함께 지내는 모습도 있고, 부모님의 사업이나 일 때문에 자주 보지 못해 관계가 그리 친밀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족은 항상 함께하며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배운다. 하지만 그렇게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극에 나오는 가족은 아내, 어머니를 잃고 상처 속에 살아간다. 아버지 부승은 아들들에게 여행을 가자 제안했고 그들은 듀랑고로 향한다. 그들이 상상했던 것처럼 여행으로 부자 사이가 돈독해지는 건 아니었다. 점점 지쳐가며 멀어지고 아들들은 그동안 간직했던 비밀을 아버지에게 폭로하고 만다. 신뢰로 가득했던 가족이라 믿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었고 아내는 이런 생황에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아버지로서 어떤 행동을 해야 했을까.

 

 

그 뒤로 그들은 끈끈한 사랑을 느끼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그렇게 일상을 회복한다.

 

어떻게 회복할지는 모르겠다. 대체 어떤 비밀이길래 아버지의 멘탈을 무너뜨렸으며, 그 큰 사건을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했을지가 기대된다.

 

 

"이 작품을 통해 사회에 지쳐있는 많은 관객들에게 소소한 재미와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원문 링크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5379

저자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며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화가. 1860년에 태어난 그녀는 12세부터 15년 정도를 가정부 일을 하다가 남편을 만난 후 버지니아에서 농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뉴욕, 이글 브리지에 정착해 열 명의 자녀를 출산했지만 다섯 명이 죽고 다섯 명만 살아남았다. 관절염으로 자수를 놓기 어려워지자 바늘을 놓고 붓을 들었다.

 

그때 그녀의 나이 76세. 한 번도 배운 적 없이 늦은 나이에 시작한 그녀만의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그림들은 어느 수집가의 눈에 띄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3세에는 《타임》 지 표지를 장식했으며, 그녀의 100번째 생일은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지정되었다. 이후 존 F.케네디 대통령은 그녀를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로 칭했다. 76세부터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할머니에 대한 소개이다.

 

 

 

 

 

1. 이야기로 전하는 그림


 

이 책에는 276점의 그림이 삽화로 들어가 있다. 하나같이 따듯하고 정겨우며 그녀의 인생이 담겨있었다.

 

일단 나는 그림을 잘 모른다. 내로라하는 그림을 평론가들이, 그리고 독자들이 손뼉을 치며 감동할 때, 나는 그 행동에 공감할 수 없다. 그림이 싫은 것이 아니다. 어릴 적 미술학원에 다니며 그림을 그린 기억도 있고, 어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도 몇 번 타봤다.

 

그리고 지금은 감성이 담긴 일러스트를 굉장히 좋아한다. 평소 일러스트페어를 챙겨 다녀왔을 정도로. 그럼에도 커다란 액자에 걸린 그림을 보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내용을 전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의 그림은 하나하나 스토리가 담겨있다. 그리고 에세이와 잘 어우러져 있다. 읽기 쉬운 텍스트와 거기에 담긴 깊은 감성은 그림을 더욱 이해하기 쉽게 유도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물론 전시 그림에도 스토리는 짧게 적어둔다. 그렇지만 ‘책’이라는 매체의 주를 이루는 문장과 문장 속에서 그녀의 그림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공감을 만들어냈다.

 

 

 

2.  그녀의 인생, 그리고 나의 인생


 

 

 

1860년 농가에서 태어난 그녀, 아니 사실 농가에서 태어나든 도시에서 태어나든 19세기 후반은 21세기를 이제 막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런 시대를 살아왔기에 그녀만의 따스한 감성이 묻어난 그림과 글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이와 평생을 함께하고 가족을 이루며 살아갔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하나둘 떠나보내며 그녀의 인생 또한 영글어갔다.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여러모로 지금보다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더 즐겼고, 행복해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참 와 닿는. 표현이다 과도한 경쟁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어떤 삶은 살아가고 있을까. 오롯이 ‘나’로 존재하기보다는 사회의 ‘일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전보다 확실히 풍족해지고 쾌적해진 삶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여전히 저 멀리를 바라본다.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 딱 좋은 딱 좋은 때 말이에요.”

 

난 지금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내 전공은 나와 맞지 않아 복수전공을 시도했고, 4년 이내에 졸업해야 하는 내 상황에서 이미 늦은 때였다. 그렇게 전공에서 한 걸음 더 멀어졌다. 안 그래도 멀리하던 전공인데 더 마음이 떠나버렸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교내문화경연을 발견했고, 취미로 조금씩 쓰던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평소 한 두 장에 불과했던 분량은 10장 분량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고 생각보다 많이, 굉장히 많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국문과와 신방과 사이에서 컴퓨터 전공인 나는, 그들에 비해 정말 늦었다는 회의에 빠졌고 그렇게 글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내 글이 인정받고 만 것이다.

 

정말 늦었다 생각했다. 체계적으로 글을 배운 친구들이 비해 내 문장은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험을 기반 삼아, 인정을 기반 삼아 천천히 기본기부터 다지기 시작했다.

 

시작하기 딱 좋을 때다.

 

21세기는 방대한 매체의 시대이다. 무엇이든 배우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무언가 머뭇거린다면,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너무나 풍족하고 너무나 외로운 시대이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떠올려보자.

 

결국 삶은 우리 스스로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

 

 

지은이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옮긴이 : 류승경

 

출판사 : 수오서재

 

분야

에세이

 

규격

165*210*16.7 / 무선

 

쪽 수 : 288쪽

 

발행일

2017년 12월 16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87498-18-6 (03840)

 

 


 

 

 

 

원문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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