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인민에게! 황족은 궁 밖으로! 펑크로 세계정복이다!”

 

앰프에도 연결되지 않은 기타 독주를 가열하게 선보이는 고등학생 호랑. 공부도 입헌군주제의 모순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 혁명가와도 같은 연주에 그는 영혼을 쏟아붓는다. 열여덟 번째 생일, 호랑은 이 땅에서 뿌리 뽑고 싶은 ‘황족’이라는 신분이 본인을 가리킨다는 것을, 그것도 차기황제라는 커다란 그림자가 본인의 어깨 위로 드리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광된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사랑해야만 할 여러분들 앞에서 소리 높여 선언합니다!”

 

불량학생이지만 불량인간은 아닌 어린 혁명가 호랑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넘어,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앞에 두고 어떤 선언을 들려줄 것인가.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은 권력을 혐오하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권력 앞의 엄중한 책임감을 천진한 개성으로 부각한다.

 

 

 

만 18세, 나이와는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한 이호랑 그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행동을 하며 모두에게 이목을 끌고 다닌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밀고 나가는 성격 탓에 학교에서도 좋지 못한 시선을 받는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주변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추진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궁궐 복원 프로젝트 반대'이다. 종가구 궁궐 프로젝트로 인해 주민들이 종가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호랑은 어린 나이에도 앞뒤 살피지 않고 그들의 선두에 서서 목소리를 내었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뜻을 펼치며 친구 라라와 해민과 함께 '타이거릴리'를 결성하며 약자들의 편에 서서 싸웠다.

 

 호랑의 생일, 이제 정식으로 성인이 되는 중요한 날이 되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에 들어가 아빠와 함께 생일 축하를 했다. 그런데 오늘 아빠의 상태가 이상하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며 건네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너는 사실 이 나라의 공주야.'

 

호랑의 귀에 박힌 충격적인 말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호랑 덕에 보기 좋게 귀에서 튕겨 나갔다. 때마침 들리는 초인종 소리. 문을 열어보니 눈앞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황제였다.

 

 

 그 뒤로 호랑이 황족 수업을 들으며 궁에 적응해나간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팩션'이라는 장르를 가지는 독특한 책이다. 팩션(Faction)이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새로운 시나리오를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를 가리킨다. 주로 소설의 한 장르로 사용되었지만, 영화, 드라마, 연극, 게임, 만화 등으로도 확대되는 추세이며 문화계 전체에 큰 영 향을 미치고 있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무슨 이야기인지 스토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입헌군주제', '대한제국', 황족' 등 조선 시대에나 나올법한 단어들이 일상처럼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야기에 묘사되는 풍경이 과거를 그린 것 같지는 않고...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서 계속 읽어보았다. 추측하기로는 '대한민국'이 아닌 '대한제국'이 입헌군주제를 채택하여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설정이었다. 시위가 허가되는 세계인 걸 보아하니 민주주의도 어느 정도 잡혀있는 세계인 것 같았다. 이런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 '호랑'의 행보는 너무나도 독특했다. 일반 시민으로 살면서 약자들을 대표하는 시위 최전방에 있는 학생이 알고 보니 궁궐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황족의 제1계승자였다? 이건 정말 소설이기에 나올 수 있는 설정이었다. 너무나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또 하나 이 책의 재밌는 점은 등장인물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황제' 하면 떠오르는 성별은 남성이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제국은 조선을 계승했기 때문에 유교 사상이 굉장히 강한 국가일 것이다. 그런데도 현 황제는 물로 호랑의 어머니인 전 황제도 여성이며, 제1순위 황위 계승자 또한 여성이다. 이는 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누구나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호랑은 황족이 되어서도 황족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호랑에게는 공주라는 지위조차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성인이 되어 책임과 권리를 지니는 나이가 되었다 해도 호랑은 움츠러들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호랑답게 호랑처럼 행동한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6438

 

러시아 지방의 지주인 표도르 까라마조프는 평생 방탕하게 욕정을 쫓으며 살아온 호색한이다. 첫 번째 아내로부터 드미트리, 두 번째 아내로부터 이반과 알료샤를 얻었으나, 모두 내팽개치고 자기 아들로 추정되는 사생아 스메르쟈코프를 하인으로 부리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표도르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다.

 

표도르와 유산 문제로 다투다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공언하고 다닌 드미트리는 유력한 용의자로 수감되고,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이던 이반, 견습 수도 생인 알료샤, 하인 스메르쟈코프까지.

 

아버지를 향한 증오와 혐오가 있던 네 형제는 점점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1.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까라마조프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방탕하고 호색한 아버지가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법정에 선 첫째 드미트리는 아버지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드미트리는 외쳤다. 

'나는 악한 사람이다. 하지만 결코 살인자는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와 심증이 모두 드미트리를 향한다. 그렇게 그는 감옥에 수감된다.

 

 

드미트리는 굉장히 충동적이며 어쩌면 표도르를 가장 닮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여자를 사랑하며 술을 좋아한다. 언젠가 부하를 부하의 아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괴롭힌 적이 있을 정도로 그는 '악'에 가깝다. 항상 표도르를 죽이겠다고 말하고 다녔으며 그와 싸우는 일 역시 잦았다. 한번은 드미트리가 사랑하는 여자를 표도르가 빼앗아가려고 한 적이 있었다. 이런 전적이 있기에 더욱더 드미트리는 표도르를 원수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표도르가 의문의 살인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지목된 인물이 드미트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반은 지적이며 학문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표도르는 그런 이반을 조롱하며 그의 학구열 자체를 비난한다. 그런 아버지를 항상 죽이고 싶다 생각했다. 표도르가 어머니에게 못되게 굴었던 것을 어릴 적부터 보며 자랐기에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은 깊어져 갔다. 표도르가 살해당한 날 이반은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용의 선상에서 제외되었다.

 

 

 알료샤는 집을 떠나 수도원에 들어갔다. 까라마조프의 피가 흐른다면 언젠가는 스스로 타락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스스로 수도원으로 들어간 것이다. 거기서 신께 기도하며 까라마조프의 '악함'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런 그가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찾아왔을 때는 이미 형제는 뿔뿔이 흩어지고 난 뒤였다. 알료샤는 드미트리를 위로하며 형을 믿는다. 절대 당신은 그럴 사람이 아냐. 라고 말하면서도 그를 의심한다. 알료샤만은 자신이 결백하다는 주장을 믿어줄 것이라 믿었던 드미트리 조차 알료샤의 자신 없는 말을 듣고 희망을 놔버린다. 그나마 까라마조프 형제 중에 가장 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일찍이 집을 떠나 있었고, 범죄와 악함과는 거리가 먼 수도사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생아인 스메르쟈코프는 수시로 발작을 하며 '수증기'라는 이름에 맞게 존재감이 없는 인물이다. 표도르에게 충성을 다하며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주인님이라 부르며 그를 따른다. 또 한 명 따르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이반이다. 스메르쟈코프는 이반의 지적인 모습을 동경하며 종종 그가 알려주는 지식을 모두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든다. 생각보다 총명해 나중에는 이반이 알려준 지식을 외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생각으로 발전시키기까지 한다.

 

2.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 넷 중에 누가 표도르를 죽였을까.

 

뮤지컬은 이런 물음으로 시작한다. 각 인물이 표도르와 어떤 관계였는가를 통해 범인을 추측한다. 각자가 뚜렷한 개성이 있었기에 범인을 추측하는 과정은 너무나도 뻔하고 확실했다. 그렇다면 왜 극은 시작부터 범인을 드미트리로 추측하고 시작했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인물이 가진 스토리를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1차원적인 소개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서 '서로'로 관계가 확장되고 형제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된다. 그리고 물음은 바뀐다.

 

 이 넷 중에 표도르가 죽었을 경우 가장 이득을 보는 이가 누구인가.

 

이때부터 각 인물의 정서는 요동친다. 스스로가 떳떳하다 주장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의심한다. 서로가 숨기고 있던 카드를 한 장씩 꺼내고 보니 드미트리가 범인이 아니라는 결론만 나온다. 하지만 그런데도 뚜렷하게 누가 범인이라고 추측하지는 않는다.

 

 이 넷 중에 단 한 번이라도 표도르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 자가 누구인가.

 

각 인물은 자신을 마주하며 까라마조프의 피를 느낀다. 형제를 믿었지만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니 서로를 더욱 믿기 힘들어졌다. 인간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감정에 다가서며 '악'을 느낀다. 이반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알료샤는 신을 증거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신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내면을 직접 마주하며 가장 순수한 악을 드러낸다.

 

 그렇게 까라마조프 형제들은 표도르가 원하는 대로 가장 원초적인 '악'에 다가간다.

 

 

3. 무대는 혼돈으로

 

무대는 사형제가 존재하는 5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드미트리는 감옥에, 이반은 지적임을 과시하는 서재, 알료샤는 성스러움을 나타내는 십자가와 수도원, 스메르쟈코프는 사생아의 하인이라는 역할에 맞는 누추한 방. 그리고 가운데 표도르가 누워있는 평상. 각 인물은 자신과 어울리는 방에서 '이미지'를 고수한다. 그렇게 자신을 변호하고 정체성을 지키던 방은 극이 진행할수록 역할을 잃어간다. 인물과 관계없이 서로의 방에 들어가며 어지르고 뒤집는다. 처음에 정갈하고 깔끔했던 무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질러져 혼돈 그 자체가 된다. 인간이 학문을 만들고 이성을 만들며 '도덕'으로 틀을 만들어 놓았지만, 표도르만은 그 틀을 철저하게 깨부수는 인물이었다. 신을 믿으며 위선을 행하는 사람들, 소문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행위 등 도덕으로 보기 좋게 포장된 인간 본성을 표도르는 철저하게 깨부수며 죽음으로 사라진다.

 

 

인간의 악함에 관해 이야기하며 누가 어떤 '행위'를 했느냐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악한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에서 이미 인간은 죄악에 빠진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6361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까라마조프'가 굉장히 익숙하게 다가왔다.

 

분명 어디선가 들었는데…. 하고 찾아보니 원작 소설이 있었다. 그렇다. 고전 문학 파트에서 이름이 특이하기에 종종 봤던 기억이 났다.

 

 

책의 내용은 심오하다. 사실 행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닌 듯하다. 카라마조프 가의 가주인 표도르는 왕년의 사업가이며 이 지방의 지주이다. 책 내에서 이기주의와 탐욕의 집적체로, 평생 방탕하게 본능을 좇아 살아온 인물이다. 두 명의 여인에게서 세 아들을 얻었지만, 표도르는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훗날 아들들이 성장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첫째는 아버지와 재산 문제를 담판 지으러 왔다가 여자 문제까지 생겨 갈등이 더 심화하였다. 둘째는 집안에서 가장 교육을 잘 받은 인물로서,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 등 지식인의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사의 길을 걸으며 아버지와 형제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위 내용이 원작의 스토리이다. 뮤지컬 '브라더 카라마조프'의 스토리도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찌 됐든 간에 핵심 키워드는 '인간의 본성' 이다. 본성을 다루는 만큼 뮤지컬 자체가 얼마나 심오한지 알려준다.

 

'친부 살인'

 

 

상상이나 해본 적 있는가. 만약 지금 내 옆에서 아버지가 주무시고 계시는데 그를 내 손으로 직접 죽여야 한다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다. 그런 끔찍한 사건이 이들에게 일어나고, 이들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사랑과 증오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과 함께 선과 악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이기에 관객들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만약에

 

내가 형제들과 다툼으로 인해 친부를 살해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 손으로 소중한 이를 처리하고, 내 손에 엄청난 부귀영화와 권력이 쥐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은 평소 친하지도 않은 아버지가 병에 걸려 골골대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버지만 없다면 부와 명예는 나의 것이 될텐데.

 

 

 제목부터 시놉시스까지 지극히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인간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원작 소설을 연극으로 옮기고, 대사와 연출로 이루어진 연극을 넘어 음악이라는 요소를 추가해 더욱 더 풍성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진욱 작곡가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 르네상스 작법 중 하나인 가사의 의미를 음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가사 그리기’(tone painting)를 사용하였다. 가사의 의미에 따라 음 높이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이러한 순간들이 만드는 드라마는 이 공연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주도해나갈 것이다.

 

 다양한 배우가 대사와 행위로 연기하는 것은 물론 음악이 주는 감정선의 자극이 어떻게 표현될지 참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다. 

 

 

원문 링크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5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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