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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아무것도 없을 때, 복이 찾아왔다. - 찬실이는 복도 많지

[Review] 아무것도 없을 때, 복이 찾아왔다. - 찬실이는 복도 많지문화예술은 '소통' 입니다 - ART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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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찬실이는 복도 많지

“아 망했다. 왜 그리 일만 하고 살았을꼬?”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마저 똑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찬실’.

 현생은 망했다 싶지만, 친한 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해 살길을 도모한다.

 그런데 ‘소피’의 불어 선생님 ‘영’이 누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장국영이라 우기는 비밀스러운 남자까지 등장!

 새로 이사한 집주인 할머니도 정이 넘쳐흐른다.

 평생 일복만 터져왔는데, 영화를 그만두니 전에 없던 ‘복’도 들어오는 걸까?

 

 

 

 

 영화에서 찬실은 이름 있는 감독 아래서 PD로 일하고 있었다. 새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제사를 지낸 후 동료들과 함께 축하하는 자리를 가진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비극이 벌어졌다. 감독님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안타깝게도 감독님은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렇게 영화는 시작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찬실은 모든 것을 잃고 달동네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거기서 스텝들과 함께 모여 새 출발을 다짐했다. 감독님이 없어도 우리가 있으니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당장 먹고살 돈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지, 배우이자 친한 동생인 소피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게 된다.

 

소피에게 불어를 가르치는 과외선생님 '김영'을 만나면서 찬실에게도 조금씩 봄이 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는 언제나 지속되지 않는다. 결국 김영과의 관계는 좋은 누나동생으로 남았다. 

 

 

  이에 더하여 감독과 찬실을 서포트해 주던 대표의 부름에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더 이상 찬실을 후원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동안 대표는 찬실을 보고 후원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감독만을 바라보고 후원했던 것이기에 감독이 이 세상에 없는 지금은 찬실팀에게 후원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감독님이 계셨기에 훌륭한 영화가 나온 거지, PD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기에 더 이상 찬실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술 더 떠 쓴소리를 내뱉었다. 

 

찬실은 PD로서 가지고 있던 자부심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일에 빠져 사느라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결혼은 물론이요 연애한 지 10년도 넘었다. 존경하고 따랐던 감독님은 이제 세상에 없다. 일이 없으니 돈도 없다. 찬실은 정말 영화를 계속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2. 장국영

 

할머니 집에는 굳게 닫혀 있는 방이 하나 있다. 찬실은 어느 날부턴가 그 방에서 속옷만 입은 남자가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한다. 그 정체는 '장국영'. 언젠가 김영과 술자리를 가졌을 때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장국영이라 소개한 적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남자는 찬실에게만 보이는 장국영이자 귀신이었던 것이다. 장국영은 찬실에게 꾸준히 조언하며 찬실이 진정한 자신을 찾도록 도와준다.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뭐에요'

 

평생을 바쳐온 영화를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장국영은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정말로 그만할 거냐고, 어느 때는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어느 때는 화를 내기도 한다. 그렇게 찬실은 자신에게 영화가 어떤 의미인지 고민한다.

 

 

찬실에게 나타난 장국영은 찬실에게 숨겨진 '내면의 나'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처럼 물건을 만질 수도 있고, 의외의 생활패턴도 가진다. 물론 찬실도 그를 만질 수 있다. 찬실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장국영'의 형태로 그녀 앞에 나타나 꾸준히 질문을 던진다. 나이 마흔 될 때까지 무엇을 했나. 대표의 말을 듣고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져버린 찬실에게는 그간의 세월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장국영은 포기하고 싶은 찬실과 그렇지 않은 찬실의 갈등을 나타낸다. 우스꽝스럽지만 순수하고 진실한 모습을 통해 찬실이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준다.

 

3. 찬실이는 '복'도 많지

 

그렇다면 영화 제목에 나와 있는 '복'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찬실이는 잘나가는 감독 아래에서 일만 하느라 자신을 챙기지 못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마흔이 되도록 결혼을 못 한 것. 그리고 연애조차 못 한 것이다. 또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법한 나이임에도 PD만 하느라 자기만의 작품이 없다. 사실 마흔이면 어느 업계든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야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감독의 빈자리에 휩쓸려 함께 밀려나고만 것이다.

 

찬실을 둘러싸고 있던 여러 요소가 사라지자 찬실은 오롯이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 기회를 복이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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